같은 외국인 인재인데…국내 유학생 출신 취업자, 주거지원 사각지대

▲AI로 생성한 이미지
비자까지 취득했지만 보름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해 지방 곳곳을 전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화조차 거부”…취업·비자·주거를 연결하는 통합지원 필요
국내 대학에서 수년간 공부하고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취업 과정에서 심각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다.
해외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직접 입국하는 E-9 근로자나 기업이 해외에서 채용하는 일부 준전문·전문인력은 입국과 근무지 배치 과정에서 회사가 기숙사나 숙소를 마련해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이미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거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취업과 비자 변경에 성공하더라도 대학 기숙사에서 퇴실한 이후에는 거주지를 스스로 구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한 유학생이 오히려 주거지원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직접도입 인력과 국내 유학생 사이의 주거지원 격차
고용허가제 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를 신청할 때 기숙사 시설표와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시설 구조와 설비, 침실, 소방시설 등 관련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다만 현행 제도가 모든 E-9 근로자와 전문인력에게 기숙사를 반드시 무상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적으로는 기숙사를 제공할 때 적정한 시설과 정보를 갖추도록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인력을 직접 도입하는 기업은 외국인이 입국 직후 생활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채용 단계에서부터 숙소를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입국, 근로계약, 비자, 근무지 배치와 주거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반면 국내 유학생은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졸업과 동시에 퇴실해야 한다. 이후 취업 지역이 변경되면 짧은 기간 안에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하고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한다.
비자 취득 후에도 보름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한 외국인 주민
케이위더스가 취업과 비자 취득을 지원한 외국인 주민 가운데에는 근무할 회사가 정해지고 체류자격까지 취득했지만, 거주지를 확보하지 못해 약 보름 동안 여러 지방을 다니며 집을 찾아야 했던 사례가 있었다. 채용한 회사도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주거지를 알아봤지만, 적절한 집을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부 임대인은 외국인이 입주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계약을 꺼렸다. 특히 육류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의 외국인은 요리 과정에서 냄새가 나거나 집을 더럽힐 수 있다는 선입견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외국인 주민이 직접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했을 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대화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해당 외국인 주민은 취업을 연계한 컨설팅회사가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업소 사이에서 신원과 취업 사실, 소득과 체류자격 등을 설명하고 중개한 이후에야 어렵게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이는 외국인이 개인의 소득과 직업, 계약이행 능력을 평가받기 전에 국적과 식문화에 대한 선입견으로 입주 기회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출신 국가와 민족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외국인 차별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설명이나 거래 기회마저 제한된다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배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취업만 연결해서는 지역 정착이 완성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취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인재가 실제로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비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출근이 어렵고, 취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기업도 인재를 채용하고 비자 발급까지 지원한 뒤 주거 문제로 근로자가 이탈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회사 주변의 원룸과 임대주택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국인에게 임대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개인과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주거 문제는 외국인 개인의 생활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인력 확보, 장기근속, 지역소멸 대응과 연결되는 중요한 정착 기반이다.
국내 유학생 출신 취업자를 위한 주거지원 대책 필요
국내에서 공부한 유학생과 해외에서 직접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채용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주거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첫째,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취업 전환형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해외 직접도입 인력과 국내 유학생 출신 인력에게 동일한 기숙사 또는 주거수당 기준을 적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공동생활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유휴 기숙사, 지역의 빈집, 기업의 기숙사 등을 연계하면 신규 건축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넷째, 외국인 주민이 안심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다국어 부동산 상담과 계약서 설명, 보증금 보호,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안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집주인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분리배출, 환기, 청소, 시설관리 등 주거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주택 훼손이나 미납에 대비한 보증보험 제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상담이나 중개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 친화 부동산중개업소를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주거분쟁 상담창구를 운영해야 한다.
케이위더스, ‘취업·비자·주거·정착’ 통합지원 제안
케이위더스는 외국인 인재의 취업을 연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비자, 주거, 생활교육, 가족정착까지 이어지는 통합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해 온 준비된 인재다. 이들이 졸업한 뒤 집을 구하지 못해 취업을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나게 된다면 대학과 기업, 국가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외국인 인재가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취업과 비자뿐 아니라 주거지원이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외국인 인재 정착정책이다.